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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순』 양귀자 (줄거리, 서평, 주제의식)

by raj312 2025. 9. 2.

모순 양귀자 관련 사진

 

양귀자의 장편소설 『모순』은 1998년 출간 이후 지금까지 꾸준히 사랑받는 현대소설입니다. 20대 여성 ‘안진진’의 시선을 통해 가족, 사랑, 세대 갈등을 바라보며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으로, 일상 속 모순을 섬세하게 드러냅니다. 이번 글에서는 『모순』의 줄거리, 서평, 그리고 주제의식을 바탕으로 작품의 깊이를 살펴보고자 합니다.

줄거리

『모순』은 젊은 여성 안진진의 내면적 고백 형식으로 전개되는 장편소설입니다. 주인공 진진은 대학을 졸업한 뒤 사회에 첫 발을 내딛는 20대의 평범한 여성입니다. 하지만 그녀의 일상은 단순한 청춘의 성장담에 머물지 않습니다. 진진은 부모님의 세대에서 비롯된 가치관과 경제적 어려움, 사랑과 결혼에 대한 현실적 선택의 문제를 끊임없이 고민합니다. 특히 어머니와 아버지의 갈등은 그녀에게 가족이란 무엇인지, 부부란 무엇인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게 만듭니다.

진진은 남자친구와의 관계에서도 ‘사랑의 순수함’과 ‘현실적 조건’ 사이에서 갈등을 경험합니다. 단순히 감정만으로 유지되지 않는 연애와, 사회적 기대 속에서 요구되는 결혼의 의미가 충돌하는 순간 그녀는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 자문하게 됩니다. 또한 주변 인물들의 이야기를 통해 그녀는 삶이 얼마나 다양한 모순을 품고 있는지 깨닫습니다. 친구들의 연애와 결혼, 직장에서의 인간관계, 부모 세대의 삶 모두가 이중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진진은 그 모순 속에서 점차 성숙해갑니다.

이 소설은 사건 중심의 드라마틱한 전개보다는 인물의 내면과 일상 속 갈등을 통해 독자들을 끌어들입니다. 독자는 진진의 이야기를 따라가며 자신이 겪는 현실과 겹쳐 보게 되고, 삶의 방향에 대한 성찰을 얻게 됩니다. 결국 『모순』은 “삶이란 언제나 옳음과 그름이 공존하는 불완전한 것”이라는 사실을 주인공의 성장 과정을 통해 보여줍니다.

서평

양귀자의 『모순』을 읽고 난 후 가장 크게 다가오는 점은 ‘보편성’입니다. 특정 세대나 상황에 국한되지 않고, 시대와 공간을 넘어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입니다. 안진진이라는 캐릭터는 특별하지 않은 평범한 청춘처럼 보이지만, 그녀가 던지는 질문은 매우 보편적이고 철학적입니다. ‘왜 살아야 하는가’, ‘사랑은 무엇인가’, ‘가족이란 어떤 의미인가’ 같은 물음은 독자 개개인의 삶 속에서도 끊임없이 등장하는 주제입니다.

문체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양귀자는 화려한 수사나 인위적인 장치를 거의 사용하지 않고, 담담하면서도 따뜻한 어조로 진진의 내면을 풀어냅니다. 이 때문에 독자들은 마치 자신이 일기를 쓰듯, 자연스럽게 주인공의 마음에 몰입하게 됩니다. 동시에 곳곳에서 드러나는 날카로운 통찰은 단순한 감상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 대한 깊은 성찰을 이끌어냅니다.

또한 이 소설은 세대 간의 차이를 보여주는 데도 큰 의미가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중요하게 여겼던 전통적 가치관과 자녀 세대가 추구하는 자유로운 삶의 방식은 언제나 충돌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양귀자는 이를 단순히 세대 갈등으로 그치지 않고, 서로 다른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여지를 보여줍니다. 이런 점에서 『모순』은 단순한 청춘 소설이나 가족 소설을 넘어, 현대 사회의 구조와 인간관계를 통찰하는 문학적 성과를 보여줍니다.

특히 이 작품은 고등학교 필독서로도 많이 선정되어 있으며, 대학 입시 논술과 독서토론 자료로도 꾸준히 활용됩니다. 이는 작품이 지닌 문학적 완성도와 대중성을 동시에 인정받은 결과라 할 수 있습니다. 읽는 이로 하여금 자기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 그것이 『모순』이 지금도 여전히 회자되는 가장 큰 이유입니다.

주제의식

『모순』이 전달하는 핵심 메시지는 제목 그대로 “모순” 그 자체입니다. 우리는 삶에서 끊임없이 상반되는 상황을 맞닥뜨립니다. 사랑과 미움, 기쁨과 슬픔, 성공과 실패는 동시에 존재하며, 때로는 같은 사건 안에서도 모순된 감정이 교차합니다. 양귀자는 바로 이 지점을 파고들어, 모순이란 삶의 결핍이 아니라 본질임을 보여줍니다.

주인공 진진은 이러한 모순적 상황에서 도망치거나 단순히 흑백 논리로 해결하려 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그 안에서 흔들리며 고민하고, 결국은 모순을 받아들이는 과정을 통해 성숙해갑니다. 이는 독자들에게 중요한 깨달음을 줍니다. 완벽하고 일관된 삶은 불가능하며, 모순을 인정하고 끌어안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성숙이라는 것입니다.

또한 이 작품은 개인의 삶을 넘어서 사회적 맥락을 담아내고 있습니다. 부모 세대가 지녔던 전통적 가치와 청춘 세대가 추구하는 자유 사이의 모순은 곧 한국 사회가 겪어온 근현대사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경제적 어려움 속에서도 가족을 지키려는 어머니, 권위적이지만 무너져가는 아버지, 자유롭지만 불안정한 청춘의 삶은 모두 당대 한국 사회가 안고 있던 문제의식을 반영합니다.

이처럼 『모순』은 개인적 차원의 성장 서사와 사회적 차원의 시대 진단을 동시에 담아냄으로써, 한 작품 안에서 인간과 사회를 모두 성찰하게 만듭니다. 독자들은 책을 덮고 나서도 여전히 자신의 삶 속 모순들을 떠올리며,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일지 고민하게 됩니다. 바로 이 지점이 『모순』의 가장 큰 주제의식이라 할 수 있습니다.

양귀자의 『모순』은 단순히 한 청춘의 이야기를 넘어, 인간 존재와 삶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줄거리에서는 평범한 일상 속에서 모순을 발견하고, 서평에서는 그 울림과 공감의 힘을 확인했으며, 주제의식에서는 모순을 삶의 본질로 받아들이는 성숙의 메시지를 발견했습니다. 이 책은 우리 모두에게 자기 삶을 돌아보고, 불완전함 속에서 의미를 찾으라는 조용한 요청을 던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