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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모노』 성해나 :주제의식 분석(철학적 의미, 정체성 혼란 문제, 세대 갈등)

by raj312 2025. 9. 1.

혼모노 성해나 관련 사진

진짜와 가짜의 철학적 의미

성해나의 『혼모노』에서 탐구하는 '진짜와 가짜'의 문제는 단순한 이분법적 판단을 넘어서는 철학적 성찰을 담고 있습니다. 작품의 제목 '혼모노'는 일본어로 '진짜'를 의미하지만, 작가는 이 개념을 통해 무엇이 진정한 진짜인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제기합니다. 표제작에서 30년간 박수무당으로 살아온 주인공이 젊은 신애기에게 신령을 빼앗기는 상황은 기존의 권위와 진정성에 대한 사회적 통념을 뒤흔듭니다.

작품 속에서 '진짜'의 기준은 끊임없이 변화합니다. 경험과 연륜으로 무장한 중년 무당이 진짜라면, 갑자기 나타나 모든 것을 차지하는 젊은 무당은 가짜인가? 하지만 신령들이 선택한 것은 젊은 무당입니다. 이는 진정성이 시간의 축적이나 사회적 인정에 의해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님을 시사합니다. 오히려 작가는 진짜와 가짜의 경계가 유동적이며, 상황과 관점에 따라 달라질 수 있음을 보여줍니다.

특히 무속신앙이라는 소재를 통해 작가가 제시하는 것은 믿음의 본질에 대한 탐구입니다. 신령의 존재 자체가 과학적으로 증명될 수 없는 영역임에도 불구하고, 그것을 믿고 의지하는 사람들에게는 분명한 실재입니다. 이러한 설정을 통해 작가는 객관적 진실과 주관적 진실, 사회적 합의와 개인적 확신 사이의 복잡한 관계를 탐구합니다. 진짜라는 것이 절대적 기준이 아니라 사회적, 문화적 맥락 속에서 구성되는 상대적 개념임을 드러내는 것입니다.

작품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진짜'가 되기 위한 노력과 그 과정에서 겪는 상실감입니다. 주인공이 30년간 쌓아온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경험은 현대인들이 일상에서 겪는 정체성의 혼란과 맞닿아 있습니다. 자신이 진짜라고 믿어왔던 것들이 사실은 허상일 수도 있다는 불안감, 그리고 새로운 진짜를 찾아야 한다는 압박감은 급변하는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모든 이들의 공통된 고민이기도 합니다.

 

현대사회 정체성 혼란 문제

『혼모노』는 현대사회에서 개인이 겪는 정체성의 위기를 예리하게 포착합니다. 작품 속 주인공들은 모두 자신이 누구인지, 무엇이 진정한 자신인지에 대한 확신을 잃고 혼란스러워합니다. 이는 전통적 가치관과 현대적 가치관이 충돌하는 한국사회의 현실을 반영합니다. 무당이라는 전통적 직업을 가진 인물이 현대적 경쟁 구조에서 밀려나는 상황은 이러한 혼란을 상징적으로 보여줍니다.

현대사회에서 정체성의 혼란은 단순히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구조적 문제입니다. 성해나는 이를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형상화합니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의 위치에서 자신의 가치를 인정받고자 하지만, 사회는 끊임없이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며 기존의 것들을 구식으로 치부합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개인은 자신의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하는 압박에 시달립니다.

특히 작품에서 주목할 점은 SNS와 미디어가 만들어내는 가상의 정체성과 실제 정체성 사이의 괴리입니다. 현대인들은 온라인에서 자신을 표현하고 타인에게 인정받으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진정한 자아를 잃어버리기도 합니다. 작가는 이러한 현상을 '진짜'와 '가짜'의 문제로 연결지어 현대인의 실존적 고민을 깊이 있게 탐구합니다.

또한 경제적 불안정과 사회적 경쟁의 심화는 개인의 정체성을 더욱 불안정하게 만듭니다. 자신이 쌓아온 경력이나 전문성이 언제든지 무가치해질 수 있다는 불안감은 현대인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자신을 재정의하도록 강요합니다. 작품 속 무당의 몰락은 이러한 현대적 불안을 극명하게 보여주는 은유적 표현입니다. 안정적이라고 여겨졌던 것들이 순식간에 흔들리는 경험은 현대인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경험입니다.

성해나는 이러한 정체성의 혼란이 단순히 부정적인 것만은 아님을 시사합니다. 혼란 속에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고, 진정한 자아를 찾아가는 과정 자체가 중요함을 보여줍니다. 작품의 주인공들이 좌절 속에서도 새로운 출발점을 모색하는 모습은 현대인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기성세대와 신세대 갈등

『혼모노』의 핵심 갈등 구조는 기성세대와 신세대 사이의 대립입니다. 30년 경력의 중년 무당과 20살의 젊은 신애기 사이의 갈등은 단순한 개인적 경쟁을 넘어서 세대 간의 문화적, 가치관적 충돌을 상징합니다. 기성세대가 쌓아온 경험과 노하우가 신세대의 새로운 감각과 에너지 앞에서 무력해지는 현실은 현대사회의 보편적 현상이기도 합니다.

작품에서 기성세대는 전통적 방식과 기존의 질서를 고수하려 합니다. 30년간 같은 방식으로 신령을 모시고 손님들을 대해온 중년 무당의 모습은 변화를 받아들이기 어려워하는 기성세대의 전형을 보여줍니다. 반면 젊은 신애기는 새로운 방식으로 접근하며 기존 질서를 전복시킵니다. 이는 디지털 태생 세대가 기존 세대와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소통하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하지만 성해나는 이러한 갈등을 단순히 구세대 대 신세대의 이분법적 대립으로만 그리지 않습니다. 작가는 양쪽 모두의 한계와 가능성을 균형 있게 보여줍니다. 기성세대의 경험과 축적된 지혜가 가진 가치를 인정하면서도, 신세대의 새로운 시각과 혁신적 접근의 필요성도 인정합니다. 이는 세대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상호 이해와 소통이 필요함을 시사합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작품에서 신령들이 젊은 무당을 선택하는 이유가 단순히 나이 때문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이는 세대교체가 자연스러운 현상이며, 시대의 변화에 따라 요구되는 역할과 능력도 달라진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기성세대가 가진 고정관념이나 기득권에 안주하려는 태도가 오히려 자신들을 도태시킨다는 비판적 시각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또한 작품은 신세대 역시 완전하지 않음을 보여줍니다. 젊은 세대의 자신감과 혁신성이 때로는 오만함이나 경험 부족으로 이어질 수 있음을 암시합니다. 이러한 균형잡힌 시각은 독자들로 하여금 세대갈등을 보다 객관적이고 성숙한 관점에서 바라보게 합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세대 간의 대립이 아니라 서로의 강점을 인정하고 협력할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임을 작품은 제시합니다.